한국소설 / 출간일 2009.3.27 / 읽은 날 2019.7.4

 

마법의 빵이 만들어지는 곳, 위저드 베이커리
제2회 창비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한 구병모의 장편소설 『위저드 베이커리』. 2008년의 <완득이>를 잇는, 2009년 창비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이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집에서 뛰쳐나온 열여섯 살 소년이 우연히 머물게 된 신비한 빵집에서 겪게 되는 사건들을 그리고 있다. 미스터리와 호러와 판타지를 넘나드는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과 서사적 역량이 돋보인다.

 

 

정말 너무너무 좋았다. 나온지 10년이나 됐는데, 이제야 이런 명작을 보다니. 이것도 중고서점에서 구매한 책이다. 책은 너무나 잘 읽혀서 펼쳐 들고 한 번에 끝까지 쭉 읽었다. 성장소설 이면서도 판타지 적인 요소가 섞여 있다.

 

과한 판타지도 아니고 딱 적당한.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와 필력, 또 한번 우리나라에도 대단한 작가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이런 좋은 스토리는 어떻게 생각해내는 것일까. 늘 좋은 작품을 만나면 그런 궁금함과 동경의 마음이 생긴다. 작가의 여러 작품이 있으니 다른 작품도 읽어 보고 싶어 졌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들의 필체나 분위기가 다양하다는 것을 느낀다. 이래서 책을 많이 읽어봐야 하나 보다. 너무 멋진 이야기와 만나서 좋았다.

 

-타임 리와인더

우주는 왜 저런 빵처럼 단순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시간은 왜 커피 맛 식용 종이처럼 입속에서 녹아버리지 않을까. 사람의 영혼은 어째서 웨이퍼처럼 바삭거리며 간단히 부서져 버릴 수 없을까. -182p

 

무엇보다도 사람의 감정은 어째서, 뜨거운 물에 담은 소금처럼 녹아 사라질 수 없는 걸까. 때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참치 통조림만도 못한 주제에. 그러다 문득 소금이란 다만 녹을 뿐 사라지지는 않는다는걸 깨닫는다. 어떤 강제와 분리가 없다면 언제고 언제까지고 그 안에서. -185p

 

-N의 경우

머릿속에서 이성의 목소리가 내게 말을 건넨다. 추억은 그대로 상자속에 박제된 채 남겨두는 편이 좋아. 그 상자는 곰팡이나 먼지와 함께, 습기를 가득 머금고서 뚜껑도 열지 않은 채 언젠가는 버려져야만 하지. 환상은 환상으로 끝났을 때 가치 있는 법이야. 한때의 상처를 의탁했던 장소를 굳이 되짚어 가는 건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아. 아직도 어린 시절의 마법 따위를 믿는 녀석은 어른이 될 수 없다고.

그러나 나는 그 목소리를 무시하고 더욱 빨리 달린다. 추억이라니. 환상이라니. 그 모든것은 내게 있어서는 줄곧 현재였으며 현실이었다. 마법이라는 것 또한 언제나 선택의 문제였을 뿐 꿈속의 망중한이 아니었다. 지금은 나의 과거와, 현재와, 어쩌면 올 수도 있는 미래를 향해 달린다.  -248p

 

N의 경우와 Y의 경우로 나눈 두 가지의 엔딩이 있다. 어느 하나 선택하기 힘들 정도로 두 가지 엔딩 모두 좋았다. 이 책에서는 선택에 대한 이야기들이 자주 나오지만, 선택하기 힘든 엔딩이다. 정말 위저드 베이커리가 존재한다면, 주문이 끊임없을 것 같다. 나는 어떤 빵을 주문할까, 아마도 실패했던 무언가에 대한 주문을 하지 않을까..

 

주인공 소년의 아픈 가정사 이야기와 치유받아가는 과정을 그린 청소년 책이긴 하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좋을 책이다. 상처 받은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기분 좋아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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