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설 / 출간일 2017.6.28 / 읽은 날 2019.7.22

 

김애란이 선보이는 일곱 편의 마스터피스. 작가 생활 15년간 끊임없이 자신을 경신해오며,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곳의 이야기를 우리의 언어로 들었을 때 느끼게 되는 친밀감과 반가움, 그 각별한 체험을 선사해온 저자가 《비행운》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신작 소설집 『바깥은 여름』. 제37회 이상문학상 수상작 《침묵의 미래》, 제8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를 포함한 일곱 편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소설집의 문을 여는 작품 《입동》은 사고로 아이를 잃은 젊은 부부의 부서진 일상을 따라가며 독자로 하여금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다가도, 그 고통이 감당 가능한 범위를 넘어섰을 때는 고개 돌려 외면해버리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상기하게 만든다. 십대 무리와 노인과의 실랑이 끝에 노인이 죽는 사건이 일어난 후 그 사건의 목격자인 ‘나’의 아들 ‘재이’가 다문화 가정의 아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편견에 둘러싸이고, 그런 편견 사이에서 천진하다고만 생각한 아이에게서 뜻밖의 얼굴을 발견하게 되는 ‘나’의 이야기를 담은 《가리는 손》 등의 작품을 통해 가까이 있던 누군가를 잃거나 어떤 시간을 영영 빼앗기는 등 상실을 맞닥뜨린 인물들, 친숙한 상대에게서 뜻밖의 표정을 읽게 되었을 때의 당혹스러움 같은 것을 마주하게 된다.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책은 빠르게 읽혔다. 단편들 모두 무언가의 상실에 관한 이야기 였다. 아이의 상실, 반려견의 상실, 언어의 상실, 오래된 연인의 상실, 남편의 상실 같은 일상적인 것들이었다. 그래서 소재에 대한 흥미보다는 평범한 이야기 속에 작가의 필체가 좋았다. 주인공들의 생각 묘사 같은 것들이 좋아서 생각보다 필사하고 싶은 문장이 많았다.

 

그렇지만 아주 슬프지는 않았다. 그리고 뭔가 젊은 작가상을 보고 읽어서 그런지 연륜이 느껴지는 문장이라는 기분이 많이 들었다. 오래된 젊은 커플 이야기인데도 뭔가 젊은 느낌이 덜한 기분이 들었다. 이 작가의 책은 처음 읽어보지만 나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이 책이 너무 슬프고 우울하다고 하는데, 몇 가지 마음 아픈 이야기들이 있지만, 그렇게 우울한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그런 상실감들에 익숙해서 그런 거 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허탈하게 표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생각해보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상실감이고, 작가의 말처럼 '다른 사람들은 몰라.' 하는 기분을 나도 잘 안다. 나의 슬픔이 누군가에게는 그저 기사 한 줄 일수도 있고, 안주거리가 될 수도 있는것처럼. 그 기분을 잘 표현한 것 같아서 가슴이 조금 먹먹했다.

 

-입동

우리는 알고있었다. 처음에는 탄식과 안타까움을 표현 이웃이 우리를 어떻게 대하기 시작했는지. 그들은 마치 거대한 불행에 감염되기라도 할 듯 우리를 피하고 수군거렸다. 그래서 흰 꽃이 무더기로 그려진 벽지 아래 쪼그려 앉은 아내를 보고 있자니, 아내가 동네 사람들로부터 '꽃매'를 맞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많은 이들이 '내가 이만큼 울어줬으니 너는 이제 그만 울라'며 줄기 긴 꽃으로 아내를 채찍질하는 것처럼 보였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 한파가 오려면 아직 멀었는데 온몸이 후들후들 떨렸다. 두 팔이 바들바들 떨렸다.  -36~37p

 

-노찬 성과 에반

잠이 오지 않을 때 찬성은 어둠 속 빈 벽을 바라보며 자주 잡생각에 빠졌다. 그럴 땐 종종 할머니가 일러준 '용서'라는 말이 떠올랐다. 없던 일이 될 수 없고, 잊을 수도 없는 일은 나중에 어떻게 되나. 그런 건 모두 어디로 가나.  -45p

 

-어디로 가고 싶으신 가요

어쩌면 그날. 그시간. 그곳에선 '삶'이 '죽음'에 뛰어든 게 아니라, '삶'이 '삶'에 뛰어든 게 아녔을까. 참으려고 했는데 굵은 눈물방울이 편지지 위로 투둑 떨어졌다. 허물이 덮였다 벗어졌다 다시 돋은 내 반점 위로, 도무지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얼룩 위로 투두둑 퍼져 나갔다. 당신이 보고 싶었다.  -26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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