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출간일 2001.12.01 / 읽은날 2019.10.2

 

이 책 은 매우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서 쉽게 읽을 수는 있지만 작가의 정확한 의도를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 쉽게 읽어내려가지만, 계속해서 생각하게 되고, 곱씹어 보게 되는 책이다. 이전에 학창시절에 읽어봤던 터라, 책은 빠르게 읽었지만, 마치 어린왕자 같은 느낌, 동화같은 이야기 속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작가의 의도를 간단하게 정리하기는 힘들다. 책 리뷰도 엄청나게 많이 있기 때문에 뭔가 리뷰를 쓰는것도 요즘은 가끔 부담스러운 생각이 든다. 다른 좋은리뷰들에 비해서 좋지 못한 리뷰일것 같은 생각도 들고, 하지만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하고 느끼고 있으니, 나또한 산티아고 처럼 자아를 찾기위해 도망치지는 않기로 했다.

 

이책은 산티아고의 자아 찾기 여정이다. 그는 자신의 자아를 찾기위해 양치기가 되고, 보물을 찾아 떠난다. 여행을 떠나자마자 도둑을 만난 산티아고는 그 상황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크리스탈 가게에 들어가 일을하며 다시 돈을 모아 떠날 생각을 한다. 그 장면이 아주 인상 깊었다. 나였으면 아마 화가 나고 분해서 다시 돌아왔을수도 있는데, 그 상황에서 그런식으로 모면해 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이외에도 산티아고는 여러 시련을 만난다. 사랑하는 여인을 두고 갈까 말까 고민도 하고, 죽을위기에도 처한다. 산티아고 역시 그런 순간들이 올때마다 두려움을 갖지만, 위기에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삶,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한걸음 내딛는 삶을 선택하는것 같다.

 

 

산티아고와 늙은왕이 대화하는 유명한 장면,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는 한때 유행했던 말이였던것 같은데, 책에서는 모든것이 그렇게 운명처럼 온 우주가 산티아고를 도와주지만, 지금의 현실에서 저말은 그저 소망이고 바람일 뿐 인것 같아서 약간 씁쓸하다. 

 

연금술사는 현대판 고전이라 불리고, 앞으로도 계속 사랑받을 것 같다. 시간이 흘러서도 고전으로 남을것같고, 그리고 이책을 두번째 읽었지만, 그래도 나중에 한번 더 읽어 볼 생각이다.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 것들이 많은것 같다. 지금 까지 계속해서 해답만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무언가에 도달했을때, 그것에 만족하고 있다가 시간이 가면서는 또 그것에 실망을 하고, 나는 아직 멀었다며 자책하고 주저앉아 버리곤 했다. 나는 아직도 나의 자아를 찾아가고 있는 여행자 이다. 나도 나의 자아를 찾아서 끊임없이 도전하고 발전하고 싶다.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잊지 않는 데 있도다." -62p

 

-'내가 때때로 불평하는 건, 내가 인간의 마음이기 때문이야. 인간의 마음이란 그런 것이지. 인간의 마음은 정작 가장 큰 꿈들이 이루어지는 걸 두려워해. 자기는 그걸 이룰 자격이 없거나 아니면 아예 이룰 수 없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지. 우리들, 인간의 마음은 영원히 사라져버린 사랑이나 잘될 수 있었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던 순간들, 어쩌면 발견할 수도 있었는데 영원히 모래 속에 묻혀버린 보물 같은 것들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두려워서 죽을 지경이야. 왜냐하면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우리는 아주 고통받을 테니까.'

마음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내 마음은 고통받을까 두려워하고 있어요."

달이 뜨지 않은 어두운 하늘을 함께 올려다보고 있던 어느 날 그가 연금술사에게 말했다.

"고통 그 자체보다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더 나쁜 거라고 대의 마음에게 일러주게. 어떠한 마음도 자신의 꿈을 찾아나설 때는 결코 고통스러워하지 않는 것은, 꿈을 찾아가는 매순간이란 신과 영겁의 세월을 만나는 순간이기 때문이라고 말일세." -212~213p

 

공부법. 자기 계발 / 출간일 2018.02.05 / 읽은 날 2019.9.28

 

제목에 끌려서 샀던 책이 였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공부법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생활습관이나 멘털적인 부분에서도 도움이 많이 됐던 책이다. 오히려 자기 계발 쪽에 가까운 느낌이 들었다. 공부를 해가는 과정의 가이드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몇 시간 만에 바로 읽어버렸던 책이기도 하고, 벌써 두세 번이나 보고 필사해둔 책이기도 하다. 솔직히 혼자 하는 공부하는 방법이라고 나와있지만, 혼자 공부하는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보다는 기본적이고 모두가 알지만 실천하기 힘든 것들에 대한 기본적인 것들이 나와있다. 짧게 말하면, 올바른 방법으로 혼자서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부 자극 팟캐스트 서울대는 어떻게 공부하는가의 진행자이자 『365 혼공 캘린더』의 저자인 한재우 작가가 위즈덤하우스에서 펴낸 『혼자 하는 공부의 정석』은 연령 불문, 성별 무관하고 살면서 만나는 어떤 공부라도 두렵지 않게 만들어주는, 공부의 새로운 바이블과도 같은 책이다. 책 속에는 혼자 공부하는 이들을 위한 모든 것이 총망라되어 있다. 일단 정석대로 혼자 공부할 줄만 알면 다른 것들은 저절로 따라온다. 

 

 

 

첫 번째 원칙,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한다. - 자기 신뢰  

자기 신뢰 편에서는 타고난 머리는 없다. 혼자 공부하는 시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천재를 만든다. 는 주제를 가지고 할수있다는 자신감을 실어주는 편이다. 공부 잘할 수 있다는 있다는 깨달음을 얻으면 공부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두 번째 원칙, 우리 뇌가 어떻게 일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 - 학습 원리 

우리의 뇌가 공부를 할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뇌과학 원리와 함께 설명한다. 에빙하우스의 망각 곡선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공부법 책에서 본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세 번째 원칙, 공부의 원칙을 이해해야 한다. - 공부 원칙

공부의 원칙에서는 운동, 목표, 반복, 몰입, 틈틈이 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이 부분에서 혼자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목표를 설정하는 법이나,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 그리고 몰입하는 방법과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 같은 것들이 생활관리에도 도움이 되고 1분만 있어도 공부할 생각을 해야 한다는 마음을 심어주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네 번째 원칙, 생활을 관리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 생활 관리  

생활관리에서는 습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공부하는 사람은 자신의 루틴을 만들어야 좋다고 한다. 작은 습관을 작게 실천하다 보면 습관이 된다. 자기 관리 없이는 성공도 없다.

 

 

 

다섯 번째 원칙, 멘털을 관리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 멘탈 관리

좌절감이 들 때, 공부하기 싫을 때의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서 나와 있다.

 

책은 이렇게 5파트로 나눠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읽기 편하게 되어있다. 공부도 공부지만 정말 멘털이나 생활면에서도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다. 나는 늘 혼자 공부했지만 잘하지 못했는데 그것은 올바르지 못한 방법과 공부 잘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못했던 것이 생각났다. 늘 하는 말이지만, 실천이 어렵다.

 

 

-그러던 어느 날,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Anders Ericsson)이 음악 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힌트를 만났다. 실력 향상에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활동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악기를 연주하는 모든 학생들은 하나의 활동을 똑같이 짚었다. 바로 ‘혼자 하는 연습’이었다. “혼자 하는 연습이 중요하다.” 그 지점에서 생각하자 모든 것이 명확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자전거를 타는 요령처럼, 할 줄은 알지만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웠던 공부 방법, 나 스스로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던 공부 방법, 그리고 내가 만난 ‘공부의 신’들이 해왔던 공부 방법의 핵심이 거기 있었다. 유명 강사의 강의를 들어도, 복잡한 공부 방법을 따라 해도, 최신 정보를 놓치지 않아도, 공부에 돈을 쏟아부어도 우리가 공부를 잘할 수 없었던 이유는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14p

 

-솔직히 공부는 하루키나 피카소가 했던 작업보다는 복잡하지 않다. 책을 읽고, 이해하고, 외우고, 문제집을 풀고, 자료를 찾아 글을 쓰는 정도가 아닌가. 나중에는 우리도 각자의 분야에서 PGA 투어 우승이나 '아비뇽의 여인들'에 버금가는 결과물들을 내놓게 되겠지만, 적어도 지금 하는 공부는 앞서 언급한 '천재'들의 작업보다는 수월하다. 그런데 그런 '천재'들 조차 재능이나 머리가 아니라 오로지 충분한 연습으로 저 자리에 닿았다는 말은, 곧 우리들 역시 충분히 공부하면 충분히 잘할 수 있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뼛속 깊이 새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69p

 

출간일 1942년 7월.. / 읽은 날 2019. 9.30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모르겠다'

 

강렬한 도입부로 유명한 이방인은 카뮈의 첫 소설이다. 그리고 내가 읽은 카뮈의 첫 소설 이기도 하다. 책은 얇고, 프랑스 작가 답지 않게 복잡한 묘사보다는 깔끔한 문체라서, 잘 읽히긴 하는데, 역시나 고전은 아직 생각할 거리를 너무 많이 안겨주고 이해하기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책을 보면 반은 카뮈의 소설이고 반은 그 소설의 해설집이었다. 그만큼 이방인이 담고 있는 메시지가 엄청나 다는 건데, 처음 읽고 나서는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주인공 뫼르소는 정말 이 안에서 이방인이었는지,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현실주의는 어떤 것이었는지, 이해하기 힘들어서, 책 보다 해설집이 더 두꺼웠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주인공 뫼르소. 그는 교육을 받았지만 신분 상승 욕구나 야심이 없고 생활의 변화를 원하지 않는, 이상할 정도로 주위에 무관심한 청년이다. 그런 그는 우발적 살인을 저지른 후 세상에서 '이방인'이 되어 버리는데, 변호사와 재판관, 사제 등 그를 도우려는 누구도 뫼르소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그 또한 주위 세계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카뮈는 이처럼 자신을 둘러싼 것들에서 철저하게 소외된 뫼르소의 삶, 죽음에 이르러서야 신앙과 구원의 유혹을 떨치고 자기 자신과 세계를 똑바로 마주하게 되는 그의 모습을 통해 억압적인 관습과 부조리 속에 살아가는 고독한 현대인의 초상을 그린다.

죽음이라는 한계 상황 앞에서 인간의 노력이란 것이 얼마나 부질없으며 한편으로는 그 죽음을 향해 맹렬히 나아가는 인간존재가 얼마나 위대한지 생각할 수 있게 한다. - 라는 해설들을 읽으면서, 나는 아직 이해하기는 멀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해설을 더 많이 찾아보게 되었던 책이다.

 

그래서 사실 리뷰를 쓰지말까 고민도 많이 했었다. 어떤 말로 표현을 해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여러 번 더 읽어 보면 저런 해설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 뫼르소의 저런 무관심한 행동이 정말 실존주의적 모습일까, 작가는 뫼르소의 무관심하고 귀찮아하는 행동들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개인적으로 레몽이라는 친구와의 만남이 모든 운명을 바꾼 것 같은 느낌이 없지 않아 있는데, 레몽과의 만남에 잘못이 있어도 뫼르소는 그냥 그런대로 받아들이고 그렇게 흘러가도록 둔다. 개를 학대하는 주인을 보면서도 그는 아무 말 않는다, 어머니의 죽음에서도 피곤함만을 느끼고, 그저 그가 반응하는 건 마리에 대한 성욕뿐이다. 그가 나쁜 사람은 절대 아니다. 그저 남들에게 무신경하고 어쩌면 어머니의 죽음이 슬프지 않았던걸 감추지 않았던 솔직한 사람이었지만, 그런 모습들은 사회가 요구하는 보통의 사람이 아닌 이방인이었던 걸까.

 

사회는 그런 뫼르소를 부적응자처럼 만들어가고 마침내는 사형선고를 하기에 이른다. 그것이 바로 그가 이방인이 였던걸까, 관습이나 정해진 것에 따르지 않는다는 것은 그 사람을 이방인으로 만드는 걸까? 끝까지 무덤덤하던 뫼르소는 왜 사제와의 대화에서 그렇게까지 흥분했던 걸까? 사실 아직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고, 뭐라 다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이다. 해설을 다 읽었어도 아직 잘 모르겠다. 나중에 다시 한번 읽어 볼 것 같다. 해설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의 리뷰도 그렇고, 10명의 독자가 있으면, 10가지의 생각이 있고 모두 다르게 느낀다는 게 참 흥미롭고 좋은 것 같다.

 

 

-"그렇지만 당신이 당장 죽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장차는 죽을 것입니다. 그때 가서도 같은 문제가 생길 것이오. 그 무서운 시련을 당신은 어떻게 맞을 것입니까?." 나는, 내가 지금 맞고 있는 것과 꼭 마찬가지로 그 시련을 맞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당신은 그럼 아무 희망도 없이, 죽으면 완전히 없어져 버린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습니까?" 하고 말했을 때, 그 목소리 또한 떨리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하고 나는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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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 헤르만 헤세  (6) 2019.09.05

 

멜로/로맨스, 드라마, SF 미국 107분 , 2005. 11.10 개봉

감독 : 미셸 공드리

출연 :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사랑은 그렇게 다시 기억된다..

 

외국로맨스 영화 중에는 이터널 선샤인을 가장 좋아한다. 일단 주연배우 둘 다 너무나 좋아하는 배우들이라 정말 영화에 대한 아무런 기대도 내용도 모른채 영화를 봤다가 얼마나 좋았던지 모른다. 웃음기를 쫙 빼고, 실연당한 모습의 짐 캐리를 보는 건 정말 신선했고, 케이트 윈슬렛의 자유분방한 모습도 좋았다.

 

영화는 '망각', '기억'에 대한 이야기 이다. 이전에 소개했던 영화 중경삼림과 봄날은 간다 와는 다르게, 이영화는 사랑은 또다시 온다 가 아니라, 기억은 삭제돼도 마음은 남는다는 이야기이다.
망각이라는 건, 신이 주신 가장 큰 축복이라는 말이 있다. 정말 그럴까, 망각한 자는 행복할 수 있을까?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지우고 싶은 기억이 하나쯤 생긴다. 아니 많이 생긴다. 처절하게 헤어졌던 기억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하늘로 보내야 했던 수많은 아픔의 기억들은 지우고 싶은 기억이 된다. 그러나, 그 기억들이 지워지면 행복해 질까? 이 영화는 그 물음에 대한 이야기 같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우리는 기억하고 싶은 기억들만 기억하게 된다. 그렇게 힘들게 헤어졌는데도, 시간이 흐른 지금은 그 사람과의 좋았던 기억만이 남아 있다. 그랬다. 한때는, 그사람과 나도 행복했었다. 그렇게 나쁘게 헤어졌음에도, 그렇게 아팠지만, 분명 아름답고 행복했던 시절이 우리에게도 있었을 것이다.

 


영화는 조엘이 잠에서 깨면서 시작한다. 어쩌면 이 장면의 마지막의 장면일 수도 있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다시 첫 부분을 보게 된다.
잠에서 깨어난 조엘은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를 살아간다. 출근을 위해 나왔다가, 충동적으로 몬톡행 열차를 타버린다. 그리고 파란 머리의 클레멘타인을 만나게 되고, 둘은 서로에게 강한 이끌림을 받고, 밤새 데이트를 한다. 사실 이 장면은 마지막 장면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 장면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평소 충동적이고 자유분방했던 클레멘타인은 자신과는 반대의 성격인 조엘과의 지루한 관계에 불만을 느끼고, 조엘 역시 그런 클레멘타인이 탐탁지 않다.
그렇게 둘은, 사랑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설렘과 아름다움은 잊은 채, 다툼이 늘어간다. 모든 오래된 연인들이 그렇듯 말이다. 영화에서는 기억을 지워주는 센터 '라쿠나'가 있다. 클레멘타인은 조엘과의 다툼 후 라쿠나에 가서 조엘에 대한 기억을 모두 지워버리고, 그걸 알게 된 조엘은 충격과 분노에 휩싸인다.

 

화가 난 조엘도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서 라쿠나에 방문하고, 클레멘타인에 대한 기억을 지워나간다. 기억을 지우는 방법은 가장 최근의 기억부터 시작해서 첫 만남까지 간 후, 그 기억을 완전히 지울 수 있도록 되어있다. 영화에서는 클레멘타인이 기억을 지우는 장면은 나오지 않고, 조엘이 지우는 것만 나온다. 그래서 사실 클레멘타인이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는 알 수 없다. 그렇게 영화는 조엘의 기억을 따라 올라간다.

 

 

헤어질 때의 클레멘타인의 머리색은 오렌지색이었다.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전혀 다른 성격이다. 조엘은 이제 그런 클레멘타인이 귀찮았다. 오렌지색일 때, 오래된 연인의 권태기 모습들이 나온다.

 

 

가장 사랑하는 순간일 때, 그녀의 머리색은 붉은색이다. 왠지 오렌지색은 그 붉은 마음이 바랜 색 같기도 하다. 가장 행복한 순간의 강렬한 사랑을 나타내려고 붉은색을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조엘은 가장 사랑했던 순간으로 돌아가면서, 비로소 깨닫는다. 자신이 클레멘타인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얼마나 행복하고 아름다운 기억이었는지를.. 지겹게만 느껴졌던 그 관계가 한때는 얼마나 소중했던 것인지 깨달으면서 기억을 지우는 것을 멈추고 싶어 한다. 그리고 기억을 지우는 것을 멈추기 위해 기억 속의 클레멘타인과 함께 도망치기 시작하지만, 결국 기억은 첫 만남 때로 돌아간다.

 

 

첫 만남 때의 클레멘타인은 초록색의 머리였다. 그것은 풋풋하고 싱그러운 시작을 상징하는 색이었을까. 클레멘타인은 조엘에게 잊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해보라는 말을 남기고, 잠에서 깬 조엘의 기억은 지워지게 된다.

 

그리고, 그 둘은 기억이 지워진 상태로 또다시 만나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된다. 기억이 지워져도, 결국은 다시 만나는 것, 결국은 운명이라는 것, 서로가 서로를 지웠고, 다시 사랑해도 또다시 헤어지고 상처 받을 것을 알면서도 둘은 다시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나는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편이었는데, 두 주인공의 용기가 멋졌다.

 

이 영화를 보면서 어떤 사람과의 이별이 떠올랐는데, 처음에는 나도 라쿠나에 가서 그 기억을 지우고 싶었다. 하지만 조엘의 기억을 따라가면서 나에게도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음을,
결국 그렇게 된 것은 그냥 인연이 아녔음을, 아팠던 만큼 좋았던 날들도 분명히 있었음을 그렇게 슬퍼할 일도 아니라는 것, 인연이라면 분명히 다시 만날 거라는 걸 느꼈다. 아픔이 지나가고 나면, 그 자리에는 좋은 기억만 남아서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것 같다.

 

예전에 어떤 드라마에서 그런 대사를 본 적이 있다. "너무 사랑하는 사람과는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고, 살면서 간직할 추억거리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나는 그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아마, 그 사람과 결혼을 했었더라면 익숙함에 소중함을 잃을 수도 있었을 테니까. 때로는 추억으로 남겨둬야 가끔씩 행복했던 기억을 더듬어 볼 수도 있으니까.. 오히려 인연이 아니었던 것이 가끔 무언가를 그리워하고 아련하게 떠올려볼 수 있는 좋은 기억일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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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계발. 공부법 / 출간일 2017.8.31 / 읽은 날 2018.8.30

 

이 책은 사실 리뷰하려고 했던 건 아닌데, 생각보다 리뷰가 많이 없는 것 같아서 리뷰를 적어보려고 한다. 이 책은 작년 여름에 센텀 신세계 반디 앤 루니스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발견했던 책인데 강렬한 표지와 뭔가 이 책을 보면 모든 시험에 합격할 것만 같은 아우라를 풍겨서 구매했었다. 저자의 이력은 화려하다. 수능 6등급에서 시작해서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최우등 졸업과 자격증 30개, 공인회계사 · 세무사 · 감정평가사 · 손해사정사 · 경영지도사 등 ‘전문직 5관왕’을 달성한 ‘자격증의 달인’이다. 늘 공부 잘하는 사람들의 세계가 궁금하기에 지나칠 수 없는 화려한 이력이었다.

 

 

1.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2. 열등생에서 최우등생으로

3. 시험의 첫걸음

4. 모든 시험의 노하우

5. 객관식 시험

6. 주관식 시험

7. 공무원 시험

8. 전문직 시험

9. 내신과 학점

10. 수능

 

이렇게 10가지 파트로 나뉜다. 자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참고하면 될 것 같다. 대한민국에 있는 거의 모든 시험이 다 들어있는 듯하다. 많은 시험의 노하우가 담겨있는 만큼 책은 두껍다. 이 책의 특징은 시험과 합격에 대한 접근법이 다른 공부법 책과 다르다는 데 있다고 한다. 공부에 대한 본질적 질문에서부터 시작해 구체적인 공부 노하우까지 모두 꼼꼼히 담아냈다. 세상의 모든 시험을 위한 공부 지침서로 시험 합격을 바라는 수험생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하는데, 사실 이 책을 읽어도 딱히 써먹을만한 시험을 준비하고 있지 않아서, 효과는 장담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공부법에 대해 잘 쓰인 책인 것 같다. 각각 시험에 대해 어떻게 준비해 나가는지 꼼꼼하게 적혀있어서 참고하기 좋을것 같다.

 

 

 

저자가 열등생에서 최우등생이 되어가는 과정, 공부를 열심히 해 나가는 자세나 동기부여가 강하게 된다. 시험에서 합격한 사람들의 인터뷰들도 강한 자극을 준다. 책에서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은 리뷰에 다 담기에는 내가 모르는 시험도 많고, 내용이 너무 길어질것 같아서, 저중에 준비하는 시험이 있다면 한번쯤 봐도 좋을것 같다. 공부법도 좋지만, 저자가 공부해나가는 과정이나 공부를 해야하는 동기부여를 심어주는 게 좋았던 것 같다.

 

 

-세 번의 일탈을 통해서 나는 공부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확실히 깨달았다. 이후 체중을 40킬로그램이나 줄이고 삭발을 한 뒤 공부를 시작했다. 수능을 6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리기까지 수백 권의 문제집을 풀었고, 손에 물집이 잡힐 정도로 쉬지 않고 공부를 했다. 일탈의 효과였을까. 뭐든 대충대충 하던 그전의 습관은 사라지고 나는 아주 옹골찬 사람이 되어 있었다. 잠을 줄이고 기계적으로 하루 16시간 이상을 공부해도 끄떡없는 정신력의 소유자가 된 것이다.

 

-수험생활은 일종의 항해와 같다. 무작정 길을 떠나면 길을 잃거나 좌초되어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 지도와 나침반을 가지고 항해를 해야 길을 잃지 않는다. 결국 지도와 나침반은 기출문제다. 여기서 시작해야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기본서는 나중에 보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남들과 다른 계획을 세울 때 초단기간에 합격할 수 있다.

 

 

 

역시, 책은 읽는 속도보다 사는 속도가 빠르다. 오늘은 yes24에서 책을 4권 주문했다. yes24도 당일 배송이라 아침에 주문하고 저녁에 받았다. 아직 알라딘에서 주문한 책들도 다 읽지 못했지만.. 그래도 읽을 책이 많은 건 기분이 좋다. 사실 yes24에 포인트가 말일까지라, 포인트를 쓰기 위한 핑계랄까, 포인트로 5500원 정도 할인받고, 4만 원이 넘지 않는 선에서 사려고 가격을 맞춘다고 조금 애를 썼다. 사은품은 딱히 받을만한 게 없어서 그냥 선택하지 않았다. 새책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중고책도 좋지만, 새책을 가지는 느낌은 또 중고책과 다른 느낌이다.

 

 

 

첫 번째 책은 '혼자가 혼자에게' 이병률

-이병률이 5년 만에 출간한 신작 산문집 『혼자가 혼자에게』. 긴 시간을 혼자 보내고 그 시간을 누구보다 풍성하게 써오며 스스로를 ‘혼자 사람’으로 지칭하는 사람. 사람들 속에 있더라도 짬짬이 혼자의 시간을 부러 만들어내는 사람. 그런 저자가 혼자 있고, 혼자 걷고, 혼자 바라본, 혼자의 시선들을 기록한 책이다. 혼자여도 괜찮았던 시간들, 혼자 보낸 풍성한 시간들을 담아냈다.

이병률 작가의 책은 아직 읽어 본 적은 없지만, 아주 따끈따끈한 신작이고, 벌써부터 베스트 셀러에 오른 산문집이다. 평점도 좋고, 일단 제목이 너무 취향저격이다. 사은품으로 작은 달력을 받았는데, 사진이 예쁘다. 틈틈이 읽기 좋을 것 같아서 엄청 기대 중이다.

 

 

 

두 번째 책은 '혼자 하는 공부의 정석' - 한재우

나는 공부를 잘하지 못했다. 아직도 잘 하지 못한 공부에 대한 약간의 미련이 남아있다. 그래서 이런 공부법 책들을 자주 봤었다. 이 책의 목차에 나오는 것처럼 왜 어떤 사람은 공부를 잘하는데 어떤사람은 못할까에 대한 궁금증을 늘 안고 있다. 물론 이런 책을 본다고 공부를 잘해지는 건 아니지만,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공부하는지 느낄 수 있는 기분이 좋았다. 이 책도 둘러보다가 알게 되었는데, 서울대 법학부 출신의 작가가 말하는 혼자 하는 공부란 어떤 것인지 궁금해졌다. 평점이 좋아서 일단 구매는 했다. 책은 봐야 알 것 같다.

 

 

 

세 번째 책은 '연금술사' -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는 학창 시절에 읽었었는데, 책을 잃어버렸고, 내용도 잃어버렸다.. 양장본으로 소장하고 싶어서 구매했다. 일단 가격이 착하다. 요즘 들어 어릴 적 읽었던 책들이나 영화가 다르게 느껴지는 일이 많아서 다시 읽기를 즐기고 있다. 연금술사도 다시 읽어야 할 명작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책은 '마담 보바리' - 구스타브 플로베르

유명한 고전인 마담 보바리, 대략적인 줄거리는 알고 있으나, '마음을 흔드는 글쓰기'에서도 자주 언급이 되었고, 지금 읽고 있는 '불안'에서도 마담 보바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꼭 한번 읽어봐야겠다 생각했던 책이다. 마담 보바리와 안나 카레니나는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인데, 일단 안나 카레니나 보다 짧아서 마담 보바리로 선택했다. 그래도 생각보다 두꺼워서 조금 놀래긴 했지만, 올해 안에 읽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 이지만,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지 기대가 크다. 영화로도 나왔다고 하는데, 책부터 먼저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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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 출간일 2017.10.10 / 읽은 날 2019. 7.7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본 적이 있나요? 많은 사람은 자신이 진정 원하는 일보다는 전혀 맞지 않는 직업이나 진로를 선택합니다. 인생의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터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지 못한다면 이야말로 인생의 낭비가 아닐까요? 남들이 만들어놓은 것을 그저 소비하고 시시한 목표만 추구하며 당장 눈앞의 만족만 추구하기보다는, 나만이 할 수 있고 내가 하고 싶은 과업을 찾아야 합니다.


프리랜서는 바로 이런 욕구를 가진 사람들에게 적합합니다. 그중에서도 프리랜서 번역가는 끊임없는 자기 발전이 가능하고 경제적 목적도 이룰 수 있는 직업입니다. 그 길은 한 분야의 마스터로 가는 길이기에 직업적 만족도가 아주 높습니다. 내면 깊숙한 곳, 진정한 자아의 목소리가 이끄는 일을 선택하여 그 길을 열심히 간다면 이보다 행복한 인생은 없을 것입니다. 번역가가 되고 싶다면 한 번 도전해 보세요. 이 책이 그 길로 이끌어 드릴 것입니다. 이 책은 번역가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길잡이가 되고, 실전에서 고투를 벌이는 번역가에게는 초심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 책은 프리랜서를 검색하다가 유튜브로 접하게 된 번역가가 쓴 책이다. 마침 중고서점에 갔다가 보여서 구매했는데, 이 책은 특히 '일본어 번역'에 관한 책이다. 사실 일본어를 잘 몰라서 책은 빠르게 읽힌다. 저자가 프리랜서가 되어간 과정이나 일에 대한 노하우, 어떻게 일을 받는지, 번역가와 프리랜서의 삶에 대해서 나와 있는 책이다.

 

여러종류의 책을 읽어 보고 싶은 지금이라서, 번역가에 뜻은 없지만, 번역가는 이런 삶을 살고 공부를 하고 있구나. 간접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근데 이 책을 읽으면 번역가가 굉장히 좋은 직업이라고 계속해서 나오는데, 무엇이든 쉬운 일은 없겠지만, 너무 찬양? 하는 것 같은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물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산다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많은 분이 프리랜서를 동경하는 이유는 이러한 자유로움 때문일 것입니다. 실제로 동경할 가치가 있을 정도로 저도 대만족입니다. 이렇게 제멋대로인 프리랜서의 시간을 저는 사랑합니다. 시간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은 너무나도 매력적이기에 프리랜서가 된 것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163p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 - 서메리

이 책도 프리랜서 번역가에 대한 이야기라서 같이 소개하려고 한다. 위의 책이 일본어 번역 이야기 라면, 이 책은 영어, 중에서도 영어책 번역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가 회사를 나와 프리랜서가 된 과정과 공부방법을 담고 있고, 위의 책과 다른 점이라면, 중간중간 저자의 일러스트도 들어가 있다.

 

 

유튜브 채널 '서메리'

 

서 메리님은 좋아하는 유튜버이다. 책 유튜브를 많이 보는데, 말투도 나긋나긋하고 얼굴도 이쁘고 책도 많이 읽으셔서 좋아하는 유투버였는데, 책을 낸지는 몰랐다. 밀리의 서재 이용할 때 빠르게 읽었었던 책이다. 회사 밖을 나와 백수 아닌? 백수 생활을 하며 아등바등 살아가고 공부하는 이야기들. 오로지 회사 밖에서 먹고살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번역 기술을 배우는 데 도전하고, 생각보다 높은 장벽에 당황하고, 기술을 배운 후에도 일감이 들어오지 않아 전전긍긍하며 겨우 일 하나를 마친 후에는 하염없이 긴 제2의 백수기가 찾아와 허덕이기도 했다.

 

책을 보면서, 20대 중후반의 여자라면 누구나 겪는 그런 상황이 나만 있었던 게 아녔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서 공감도 가고, 노력 끝에 유튜버도 되고, 저자가 원하던 프리랜서 번역가의 삶을 살게 된 것도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시기에는 정말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없으면 버티기가 너무 힘들다. 저자는 연약한 듯 보이면서도 강인하게 그 시기를 이겨내고, 영어공부에 매진해 번역가가 되었다.

 

대책은 같은 듯하면서 다르다. 앞의 책은 거의 프리랜서로서의 삶이 주는 장점과 궁금증에 관한 답변 위주이고, 아래의 책은 저자가 회사를 나오고 혹독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여정을 그린 이야기라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돌이켜 보면 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한 번도 멈추지 않은 것. 나는 단 한 번이라도 멈춰 서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좀 더 자세히 관찰했어야 했다. 내 인생은 오롯이 나의 것인데, 나는 어째서 남들의 시간표에 내 인생을 짜 맞추려 그렇게 발버둥을 쳤을까. 

 

-고만고만한 실력만 갖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냉정한 현실에 대한 깨달음은 맨 처음 퇴사를 결심했을 당시 내 마음을 괴롭혔던 질문을 또다시 수면 위로 끄집어냈다. 평범한 전공에, 평범한 경력에, 취미와 특기마저 평범하기 짝이 없는 내가, 도대체 무슨 수로 눈에 띄는 플러스알파를 만들어 낸단 말인가? 

 

-프리랜서라는 목표를 갖고 달렸던 지난 몇 년을 되돌아보면, 이상하게도 못한 점보다는 잘한 점들이 더 많이 떠오른다. 내가 언제나 현명한 결정만 내리는 능력자여서가 아니라,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인생이라는 알 수 없는 요소가 개입하여 대부분의 경험을 좋은 방향으로 돌려놓았기 때문이다. 일이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거나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굴러가도 지나치게 당황하거나 지레 포기할 필요 없다. 책임감과 인내심을 갖고 버틴다면, 시간은 그 모든 경험에서 의미를 만들어 줄 것이다.

 

重慶森林: Chungking Express, 1994

감독 - 왕가위

출연 - 임청하, 금성무, 양조위, 왕페이

 

이들만의 사랑을 잊는 방법, 그리고 사랑을 찾는 방법! 사랑에 유효기간이 있다면… 사랑을 지울 수 있다면…

 

중경삼림은 1994년 개봉이니 내가 거의 아기 시절에 개봉한 영화이다. 2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이영화는 전혀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세련미와 퇴폐미가 더해서 몽환적인 느낌마저 준다. 사실 찾아보지 않고서는 홍콩영화 인지 중국 영화 인지 아직은 헷갈린다. 그래서 '인생', '첨밀밀', '폐왕 별희', '아비정전', '무간도', '마지막 황제' 같은 명작들이 어디 영화인지 아직 헷갈리긴 하는데, 감히 1등을 주기는 조금은 망설여지긴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중화권 영화에서 손에 꼽을 명작 중에 하나이다.

 

영화는 두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다른 이야기지만 무언가의 연결고리가 이어져 있다. 두 남자의 이별 이야기다. 솔직히 두 남자 주인공은 너무 잘생겨서 실연당했다기엔 비현실적이다. 처음 영화를 봤을 땐 중국 남자들이 이렇게 훈훈했나 하면서 두 남자의 얼굴만 봤던 것 같다. 아무튼 각설하고 두 이야기 모두 좋아서 어떤 이야기가 더 좋다 할 게 없는 게 이 영화의 흠이다. 영화는 가볍게 보면 이별 후 찌질대는 남자들의 모습으로 볼 수 있지만, 무겁게 보면 또 한없이 무거워지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볼 때마다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고, 이영화 역시 나이가 들어가며 보는 느낌이 다르다.

 

-우리 서로가 매일 어깨를 스치며 살아가지만 서로를 알지도 못하고 지나친다 하지만 언제가는 친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내 이름은 하지무 경찰이며, 넘버 233이다.

 

첫 번째 이야기의 시작과 첫 대사 이다. 넘버 233은 여자 친구와 헤어진 뒤 자신의 생일인 5월 1일이 유통기한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모으기 시작했다. 30일 안에 그녀가 오지 않으면 잊기로 한다.

그리고 그의 외로움과 그리움의 처절한 몸부림이 시작된다. 오지 않는 메시지를 기다리고 팔지않는 통조림을 사러 다닌다. 강아지와 이야기를 하고 닥치는 대로 전화도 걸어본다. 그래도 그의 외로움과 허전함은 채워지지 않는다. 5월 1일이 오고, 파인애플 통조림을 다 먹어치우고 나서야 깨닫는다..

 

 

-나도 가끔은 예민해 질때가 있다. 그래서 항상 레인코트를 입고 선글라스를 쓴다. 비가 어느 때 올지 언제 화창할지 모르니까..

이름도 나오지 않는 노랑머리 마약밀매 중계자역의 여자이다. 이 여자는 홍콩의 뒷골목을 돌아다니며 마약밀매를 하고 있는데, 당시 홍콩 사회의 시대 배경과 비슷했다고 한다. 이 당시의 상황을 잘 알 수 없으나, 그녀는 항상 저렇게 변장을 하고 다닌다. 그리고 보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외로움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 둘은 바에서 만나게 된다.

 

 

넘버 233은 이렇게 찌질하게 말을 걸고 노랑머리 여자에게 헤어진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당신을 알고 싶다고 한다. 233은 그 누구와라도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 외로움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둘은 함께 밤을 보내지만, 233은 그저 그녀의 불편한 구두를 벗겨주고 닦아주고 혼자서 샐러드를 먹고 방을 나섰다.
결국 둘은 이루어질까? 그것은 열린 결말이다.

 

-이해한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은 별개이다.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고 오늘은 파인애플을 좋아하던 사람이 내일은 다른것을 좋아하게 될 것이다.

 

-기억이 통조림에 들어 있다면 기한이 영영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꼭 기한을 적어야 한다면 만 년 후로 적어야지.

 

그리고 시작되는 두번째 이야기

 

The Mamas & Papas의 California Dreaming과 함께 등장하는 제복 입은 양조위의 등장은 정말 너무 멋있어서 말이 안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여자 주인공 또한 양조위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일을 한다. 두 번째 이야기는 이 샐러드 가게를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저 가게는 지금은 편의점이 되었다고 한다.) 경찰 633은 예쁜 스튜어디스 여자 친구에게 주기 위해 매일 밤 샐러드를 사 간다.

 

 

그러던 어느날 633은 스튜어디스 여자 친구와 이별을 하게 되고, 밖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일을 하고 결핍을 드러내지 않지만, 자신의 공간인 집안에서는 넘버 233과 같이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린다. 밖에서는 멋진 경찰 제복을 입은 남성으로서 보이지만, 집안에서는 나시와 팬티만 입고 다니며 비누, 곰인형과 대화를 하고, 그녀가 남긴 물건들을 보며 그리워하고 또 외로워한다.

 

 

그리고 그런 그를 짝사랑하는 여자 페이, 삼촌 가게에서 일을 하던 페이는, 633을 향한 조금은 무서운 짝사랑을 시작한다. 633의 전여자친구가 두고 간 집 열쇠 키를 들고 몰래 그의 집에 들어가 물건들을 바꿔놓는다. 그녀의 꿈인지, 실제로 하는 건지 약간 구분이 안 갈 정도의 행위를 이어간다.

 

 

물고기를 채우고, 잠못드는 그를 위해 물에 수면제도 타 주고, 청소도 하고, 마치 자신의 집인 것처럼 드나들면서 지금이었으면 거의 범죄 수준이긴 한데, 이로 인해 633의 내면이 다시 평온해지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633은 그런 페이를 보면서 치유받고 있었던게 아닐까, 방에 감정이 생기고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자신의 집에 침입한 페이를 보고도 633은 화는 커녕 그녀를 재워주고 데이트 신청까지 한다.

 

 

 

페이와 바에서 만나기로 한 날, 633은 전 여자 친구와 마주치게 된다. 물건을 가져가도 된다는 633의 말에 전 여자 친구는 그냥 버리라고 한다. 그가 그토록 그리워하고 외로워했던 그녀의 물건은 그녀에게는 그저 버릴것에 불과했던 것이었다.

 

새 남자와 떠나가는 모습을 보며 짓던, 양조위의 씁쓸하고 허무한 미소..

페이와 633은 이루어 질까. 그들은 데이트를 하고 만나게 될까? 그것 또한 열린 결말이다.


실연으로 인한 결핍은 결국 다음을 위함이다. 이영화에서도, '봄날은 간다'에서도 '500일의 서머'에서도 그것은 같다. 아픔이 지나가기 위한 시간은 분명 필요하다.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꼭 반드시 무언가가 다시 온다. 다시 채워지리라. 다음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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