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출간일 2019.4.5 / 읽은 날 2019.7.31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은 젊은 작가들을 널리 알리자는 취지로 문학동네에서 2010년에 제정한 문학상이다. 등단 십 년 이내의 작가 작품 중 전년도 1월부터 12월까지 한 해 동안 문예지를 비롯한 각종 지면에 발표된 신작 중·단편 소설을 심사 대상으로 삼는다. 2019년 올해로 10주년을 맞이 했다. 책을 구매해본 것은 올해가 처음이었다.

 

올해의 대상은 정말 '핫' 하고 '영' 한 박상영 작가의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이 수상하였다. 대상작 외에  김희선 '공의 기원' , 백수린 '시간의 궤적', 이주란 '넌 쉽게 말했지만', 정영수 '우리들', 김봉곤 '데이 포 나이트', 이미상 '하긴' 이렇게 총 7개의 젊은작가들의 단편이 있다. 단편으로 되어있어서 한작품씩 보는 재미가 있었다. 비교하고 싶진 않지만, 좋았던 작품도 있었고, 별로였던 작품도 있었다. 이건 주관적인 것이니 사람마다 다를 것 같다. 

 

우선, 대상작은 퀴어 이야기라는 점이 생각보다 충격적이면서 신선했다. 박상영 작가님의 글은 처음 읽어봤는데, 정말 젊은작가 같았다. 신선하고 젊은 느낌, 웃기면서도 가끔씩 나오는 슬픔은 또 슬픈 대로 멋지게 시원하게 표현하는 게 참 좋았다. 정말 작가 자신의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표현해 냈다. 자기 이야기였던 것처럼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게 이 작가의 매력이라고 한다.

 

사실 퀴어 이야기에 공감하기는 힘들다. 우리나라에선 그 시선이 곱지 못한것도 사실이고, 그런 점을 충실한 기독교인 어머니로 동성애자는 죄악이라고 생각하는, 그래서 정신병원에 보내버리는 것으로 표현한다. 그러한 어머니와의 갈등은 끝까지 가고, 사과받고 싶지만 사과받지 못하고, 용서하고 싶지만 용서할 수 없음으로 마무리 된다.

 

정말 한국적이라고 생각했다. 내 주변에만 해도 동성애자는 정신적인 병으로 치부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나는 잘 모르겠다. 정말 그것은 정신병일까, 아니면 남들과 조금 다른 것일 뿐일까, 만약 친구가 동성애자임을 고백한다면, 나는 이해하겠지만 나의 아이가 그런 말을 한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정말 어려운 문제다. 

 

-우럭 한 점 우주의 맛

다 똑같은 사랑이다. 아름다운 사랑이다.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는 것 뿐이다.. 사랑은 정말 아름다운가. 내게 있어서 사랑은 한껏 달아올라 제어할 수 없이 사로잡혔다가 비로소 대상에서 벗어났을 때 가장 추악하게 변질되어버리고야 마는 찰나의 상태에 불과했다.  -82p

 

핏줄이 연결된 것처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믿었던 존재가, 실은 커다란 미지의 존재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래서 인생의 어떤 시점에는 포기해야 하는때가 온다는 것을. 그러니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모든 생각을 멈추고, 고작 지고 뜨는 태양 따위에 의미를 부여하며 미소 짓는 그녀를 그저 바라보는 일. 그녀의 죽음을 기다리는 일. 그녀가 아무것도 모른 채 죽어버리기를 바라는 일이다.  -90~91p

 

대상작 외에 개인적으로 좋았던 작품은 정영수 작가의 '우리들' 이였다. 불륜남녀의 글을 써주기 위해 그들과 만나 대화를 하다가 무산되어버리는 이야기 이다. 솔직히 이야기 자체의 특별함이랄까 그런 건 없었다. 어떻게 보면 불륜 이야기나 그들을 보며 옛 여자 친구를 그리워한다거나 하는 건 진부한 이야기이다. 근데 그냥 작가의 문체가 좋아서 좋았다. 별것없는 이야기에도 좋은 문체로 살릴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우리들

나는 회의로 가득차 있었고, 어디에서든 자그마한 희망의 불씨라도 발견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희망이란 때때로 멀쩡하던 사람까지 절망에 빠뜨리곤 하지 않나? 아니, 오로지 희망만이 인간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게다가 희망은 사람을 좀 질리게 하는 면이 있는데, 우리들은 대체로 그런 탐스러워 보이는 어떤 것들 때문에 자주 진이 빠지고 영혼의 바닥을 보게 되고 회한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  -237p

 

-모든 것이 끝난 뒤에 그것을 복기하는 일은 과거를 기억하거나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재해석하고 재창조하는 일이니까. 그것은 과거를 다시 경험하는 것이 아닌 과거를 새로 살아내는 것과 같은 일이니가. 그러니까, 읽을 사람이 아무도 없는 글을 쓰는 것은 생각보다 고독한 일이다. 그래서 어느 날 나는 글을 쓰다가 어쩌면 내가 영원히 혼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그게 문득 참을 수 없이 괴로워졌다.  -2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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