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멜로,로맨스/한국/2001.9.28개봉/감독-허진호

 

사랑이 이만큼 다가왔다고 느끼는 순간,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는 내가 한국멜로 영화중에 제일 좋아하는 영화이다. 2001년 개봉이면 벌써 20년이 다되가는 영화인데, 사실 영화 개봉당시에는 초딩시절이라 영화를 몰랐다.

10대때 봄날은 간다를 보면서는 재미없고 지루해서 잠들었고, 20대 초반에 본 영화는 이영애 진짜 너무 이쁘다. 그치만 나쁜년, 유지태 불쌍해. 정도 였고, 20대 중반, 후반에 본 영화는 정말 볼때마다 다른 기분이 들고 여운이 남아서 인생의 명작이 되었다.

 

 

 

일때문에 만나게 된 은수와 상우의 첫 만남. 이때부터 상우는 은수와 사랑에 빠질걸 알았을까. 뭔가 시큰둥한 은수와 기대감에 차 있는 상우. 그리고 저 빨간목도리가 너무 예뻐서 겨울마다 빨간목도리를 하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상우는 대가족이 함께 살고, 은수는 혼자 살고 있다. 은수는 딱히 만나는 친구도 없다.

이장면을 보면서 비내리는 창문앞의 책상에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 (지금은 이룬 상태지만) 봄날은 간다 영화 때문에 뭔가 강원도에 대한 로망이 생겼었다. 은수가 살고있는 낡고 조그마한, 바다가 보이는 강릉의 아파트에 대한 로망이랄까.

 

나는 남쪽나라에 살고 있기 때문에, 강원도란 항상 엄두도 내기 힘든 그런 무언가의 곳이였고, 사실 영화를 보기전까지는 딱히 관심도 없는곳이였다. 지금까지도 강원도는 3번 가봤는데, 처음 사랑에 실패 했을때, 혼자 배낭을 매고 갔었고, 그다음은 친구와 그다음은 연인과 갔었다. 3번다 다른 느낌이였지만, 느낌만 다를뿐 그곳이 좋다는건 늘 같았다. 그래서 아직도 나이들면 강원도에서 살고싶다는 생각을 한다.

 

 

영화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

술에취한 상우가 은수가 보고 싶어 새벽에 강릉까지 택시를 타고가는 장면. 그리고 달려와서 안아주는 은수. 나에게도 언젠가 이런 시절이 있었다. 뜨거운 사랑을 했던 시절. 달려가 그사람을 안는 것 만으로도 가슴 벅차오르던 시절. 그때가 생각나서 이 장면이 더 좋은지도 모르겠다. 그 시절은 다시 오지않고 그런사랑도 다시 할 수 없을테니까.

 

 

뜨거웠던 사랑은 점점 바래져 간다. 사랑이 왜 변하는지 알 수 없는 상우와 그런 상우가 안쓰러우면서도 답답한 은수. 그렇게 그들의 봄날은 가기 시작한다.

 

뜨거운 사랑을 했던 어린시절이 있었다. 사랑의 속도가 같을수 없는것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아직 그대로 인데, 왜 같이 시작했는데 너는 끝이 났을까. 왜 나는 아직 아픈데 너는 아무렇지 않을까. 나 혼자만의 짝사랑이 였나 할 정도로 불공평하다고 생각했었다. 함께한 시간이 길었던만큼 참 오랜시간을 잊지못하고 아파하면서 살았었다. 그렇게도 아파했었는데, 나자신보다 그사람을 더 사랑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우습게도 지금은 얼굴조차 기억도 안난다. 지금 기억나는건 그저, 내가 살아오며 타인을 나자신보다 사랑할수 있었던 시절이 우습기도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는것. 나도 뜨거운 사랑을 해본 시절이 있었긴 했구나. 정도가 끝이다.

 

아마. 은수도 같은마음이지 않을까. 상우를 보면 그냥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상우는 20대 초반의 내 모습이고 은수는 지금의 내 모습이다. 은수는 한번의 이혼을 겪었고, 더이상 사랑에 대한 미련같은것은 남아 있지 않으리라. 그저 오는 사랑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사랑이 또 찾아왔으니 그 사랑을 향해 간다. 영원한 사랑이란 없으니까. 어차피 모두 변해버릴것을 알기에 마음깊이 사랑할 필요없으니까. 

 

 

다시 찾아온 은수를 상우는 더이상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는 이장면에서 상우가 많이 성장했구나 느꼈다.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필요없어진 화분처럼. 더이상 은수가 없어도 살아갈수 있음을 알기에. 은수가 찾아온건 상우가 그리워서가 아니라, 결국 잠깐의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서, 그리고 또 떠날걸 알기에.

 

사랑은 다시 또 온다. 누군가는 다시 또 온다. 그때처럼 뜨거운 사랑을 할 수는 없을지라도 그렇다고 해서 그것또한 사랑이 아니라고 할 수 는없다. 사랑의 다른형태일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그게 나쁘다고 할 수도 없다. 어쩌면 그 형태가 더 나은 것일수도 있다. 상우가 더이상 아프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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