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교양. 뇌과학/ 출간일 2018.7.2/ 읽은 날 2019.7.26

 

인터넷으로 책 쇼핑하는것을 좋아하는데 중고서점만 들르다가 오랜만에 교보문고에 가서 열두 발자국을 구매하기로 마음먹고 책을 들었을 때, 너무 두꺼워서 살짝 내려놓을까 고민 한 번, 문송한 문과 출신이라 과학이나 수학과는 거리감이 있어서 고민 두 번, 그래도 너무 소설만 읽는 것 같아서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구매했던 책이다.

 

 

 

 

 

-선택하는 동안 뇌에서는 무슨일이 벌어지는가

'이거 아니면 안된다'라고 내 인생을 올인할 만한 선택을 하려면, 여러분의 머릿속에 그 지도가 있어야만 해요. 그래야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겠죠. 그 지도가 아무리 엉성하더라도 자신만의 지도를 갖게 되면 그다음 계획을 짜고 어디서 머물지를 계획할 때 큰 도움이 됩니다. 남은 인생 동안 그 지도를 끊임없이 조금씩 짜고 어디서 머물지를 계획할 때 큰 도움이 됩니다. 남은 인생 동안 그 지도를 끊임없이 조금씩 업데이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인생을 마라토너가 아니라 탐험가의 마음으로 살아가시길 기대합니다.  -59~61p

 

-메멘토 모리(memeto mori) - 죽음을 기억하라. 오늘 죽는다고 생각하면 그 어떤 두려움 없이 의사결정을 할수있다.

 

 

정재승 교수가 강연했던 자료를 모아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구어체로 이루어져 있어서 가독성이 좋고, 나름의 유머도 섞여 있다.

과학책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준 책이다. 뇌과학이라는 분야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다. 과학이야기 이면서도 인문학과 함께 풀어내면서, 사람들에게 좋은 메시지까지 던져주니 과연 베스트셀러가 될 만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필사해두고 보고 싶은 구절이 너무 많아서 선정하기가 더 힘들었던 책이었다. 좋은 강의들을 혼자서 읽어 내려가는 느낌으로 정말 기분 좋게 읽었던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코스모스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아직도 생각만 하고 있다..) 뇌과학 분야에도 흥미가 생겼다. 편식하지 말고 여러 장르의 책을 읽어보는 것은 역시나 중요한 것 같다.

프랑스 소설 / 출간일 1959.. / 읽은 날 2019.7.11

'유럽 문단의 작은 악마', '섬세한 심리 묘사의 대가'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을 꼭 읽어 보고 싶었다. 중고서점에 들렀다가 민음사의 책을 몇 권 사 왔었는데 그중 하나였다. (민음사 시리즈를 도장깨기 하고 싶었는데 개인적으로 뭔가 길쭉한 저 디자인이 좀 싫다.. 그래서 요즘 일부러 다른 출판사 책을 사려고 함 ㅠㅠ) 가장 대표작은 '슬픔이여 안녕'인 것 같은데 국내에는 이제는 잘 출판하지 않는 것 같다.

 

사강이 24세 정도에 쓴 책이라고 하는데, 오래된 연인과의 권태로움, 30대 후반의 여자에 대한 심리묘사가 정말 섬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대 초반에 저런생각을 할 수 있었다는 게 역시 대단한 작가는 떡잎부터 다르다.

솔직하게 말하면 프랑스소설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기욤 뮈소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이 한창 유행일 때도 읽으면서 재미는 있었지만 그 이상은 아니였던것 같다.  뭔가 프랑스 소설 특유의 느낌이 있다. 섬세하면서 머릿속이 약간 복잡해지는 난무하는 묘사들. 이 소설도 딱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

 

-제1장

마르크가 그녀에게 특유의 무사태평한 눈길을 보냈다. 그러자 즉각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행복감이 물러가고 조롱기가 차올랐다. 그 이후에도 그녀는 다른 이들과 함께 혹은 다른 이들로 인해 행복감을 맛보았지만, 그렇게 전적으로, 그 무엇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방식으로 행복했던 것은 그 순간이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이를테면 지켜지지 않은 약속에 대한 기억과 비슷했다.  -10p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에서 나오는 유명한 고발 구간이 있지만, 난 이 부분이 너무 좋았다. 정말 내가 느끼던 첫사랑의 기억과 너무나 같아서.. 그리고 저 섬세한 느낌이 너무 좋아서.. 몇 번이나 다시 읽었었다. 정말 여자여자한 느낌, 지나간 부질없는 사랑이지만, 그 이후의 사랑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때의 행복감.. 그런 것들이 어쩌면 더 로제를 떠날 수 없게 만든 건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오래된 연인들이 상대가 바람을 피워도 다시 돌아가는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 근데 어쩌면 이 소설에서처럼 그 익숙함을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기엔 겁이 나고, 어차피 그 새로운 것 또한 부질없는 사랑의 새로운 형태일 뿐이고 영원한 사랑이란 없다는 걸 알아버렸으니.. 새로운 상처를 받기보다 그냥 그를 용서하는 게 덜 아플 것 같은..

나는 폴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다시 돌아갈 용기는 없다. 어느쪽이든 불분명하고 부서 질건 같으니까 차라리 혼자인 편이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을 거 같다. 하지만 폴은 혼자인 것보다 지루하고 불안한 그 관계 속으로 다시 돌아갔다..

 

약간 한국정서와는 안 맞는 소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오래된 연인을 두고 아무렇지 않게 바람을 피우고 그걸 알면서도 그를 만나고, 그녀 또한 새로운 젊은 남자를 만나고.. 읽으면서 그냥 그런 느낌이었는데 뭔가 읽고 나서 더 생각이 많이 나는 책이었다. 아주 잔잔한 여운이 남고 마지막 그녀의 대사에서 정말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는 듯 독자들에게 나를 이해해 달라는 듯한 임팩트가 있었다. 

 

"나는 39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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