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케빈에 대하여'

 

영화 '케빈에 대하여'는 모성애가 없는 엄마에 관한 이야기이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하고, 육아를 하고, 끝내 살인마의 엄마가 되어 도망 다니며 살아간다.

엄마는 살인마인 아들을 이해할수 없고, 아들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엄마를 이해할 수 없다.

 

영화를 보면서 나의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나는 그런 엄마를 닮아서 나도 엄마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반감도 없이 당연한 듯 살아왔다. 

엄마와 함께 목욕탕을 가고 쇼핑을 가고 고민을 나누는 친구들의 이야기가 나에게는 더 이해하기 힘든 감정이다.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은 부모를 사랑한다.

태어날 때부터 부모를 사랑하게 태어나고 아이를 낳으면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야만 할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잘못된 사람이고 비판받아야만 하는가.

나는 그것에 대해서 오랫동안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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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소설 / 출간일 1959.. / 읽은 날 2019.7.11

'유럽 문단의 작은 악마', '섬세한 심리 묘사의 대가'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을 꼭 읽어 보고 싶었다. 중고서점에 들렀다가 민음사의 책을 몇 권 사 왔었는데 그중 하나였다. (민음사 시리즈를 도장깨기 하고 싶었는데 개인적으로 뭔가 길쭉한 저 디자인이 좀 싫다.. 그래서 요즘 일부러 다른 출판사 책을 사려고 함 ㅠㅠ) 가장 대표작은 '슬픔이여 안녕'인 것 같은데 국내에는 이제는 잘 출판하지 않는 것 같다.

 

사강이 24세 정도에 쓴 책이라고 하는데, 오래된 연인과의 권태로움, 30대 후반의 여자에 대한 심리묘사가 정말 섬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대 초반에 저런생각을 할 수 있었다는 게 역시 대단한 작가는 떡잎부터 다르다.

솔직하게 말하면 프랑스소설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기욤 뮈소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이 한창 유행일 때도 읽으면서 재미는 있었지만 그 이상은 아니였던것 같다.  뭔가 프랑스 소설 특유의 느낌이 있다. 섬세하면서 머릿속이 약간 복잡해지는 난무하는 묘사들. 이 소설도 딱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

 

-제1장

마르크가 그녀에게 특유의 무사태평한 눈길을 보냈다. 그러자 즉각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행복감이 물러가고 조롱기가 차올랐다. 그 이후에도 그녀는 다른 이들과 함께 혹은 다른 이들로 인해 행복감을 맛보았지만, 그렇게 전적으로, 그 무엇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방식으로 행복했던 것은 그 순간이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이를테면 지켜지지 않은 약속에 대한 기억과 비슷했다.  -10p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에서 나오는 유명한 고발 구간이 있지만, 난 이 부분이 너무 좋았다. 정말 내가 느끼던 첫사랑의 기억과 너무나 같아서.. 그리고 저 섬세한 느낌이 너무 좋아서.. 몇 번이나 다시 읽었었다. 정말 여자여자한 느낌, 지나간 부질없는 사랑이지만, 그 이후의 사랑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때의 행복감.. 그런 것들이 어쩌면 더 로제를 떠날 수 없게 만든 건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오래된 연인들이 상대가 바람을 피워도 다시 돌아가는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 근데 어쩌면 이 소설에서처럼 그 익숙함을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기엔 겁이 나고, 어차피 그 새로운 것 또한 부질없는 사랑의 새로운 형태일 뿐이고 영원한 사랑이란 없다는 걸 알아버렸으니.. 새로운 상처를 받기보다 그냥 그를 용서하는 게 덜 아플 것 같은..

나는 폴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다시 돌아갈 용기는 없다. 어느쪽이든 불분명하고 부서 질건 같으니까 차라리 혼자인 편이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을 거 같다. 하지만 폴은 혼자인 것보다 지루하고 불안한 그 관계 속으로 다시 돌아갔다..

 

약간 한국정서와는 안 맞는 소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오래된 연인을 두고 아무렇지 않게 바람을 피우고 그걸 알면서도 그를 만나고, 그녀 또한 새로운 젊은 남자를 만나고.. 읽으면서 그냥 그런 느낌이었는데 뭔가 읽고 나서 더 생각이 많이 나는 책이었다. 아주 잔잔한 여운이 남고 마지막 그녀의 대사에서 정말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는 듯 독자들에게 나를 이해해 달라는 듯한 임팩트가 있었다. 

 

"나는 39살이야..."

 

 

나는 인생을 걸고 했던 도박에서 실패한 실패자가 됐다.

내가 실패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두어 달이 걸렸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부정할 힘 조차도 없다는 걸 깨닫고 내가 실패자 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잘 사는것일까. 그것에 대한 답이 있기는 한 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것은 결국 답은 내 안에 있다는 걸 부정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늦은 나이지만 독립을 했다. 뛰쳐나왔다는 말이 더 맞겠다.

독립을 하게 된다면 아침에는 베이글을 구워 크림치즈를 발라먹고 라테를 마실수 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크림치즈는 비싸다, 토스트기를 살까 말까, 잔고를 보며 덜덜 떨 뿐, 예쁜 인테리어는커녕 최저가 커튼이라도 살 수 있음에 감사할 뿐.

 

집안일은 왜 이리도 많은지, 밥 한번 해먹으면 치울건 왜이리도 많은지, 청소할 때마다 벌레는 왜 이렇게 다양하게 나와서 나를 기겁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제일 마음이 아픈 것은 아직도 나의 노묘님이 새집에 적응을 못하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울어댄다는 거다.

행복하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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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장편소설, 출간일 2012.12.19 / 읽은 날 2019.6.26

 

아주 유명한 소설이지만 꽤 늦게 읽은 책이다. 동네 서점을 구경하다가 왠지 나만 안 읽은 것 같은 느낌. 그리고 마음에 들었던 표지. 생각보다 두꺼워서 잠깐 고민을 했지만 호평이 자자하니 한번 시도해보자는 마음으로 구매를 마치고 돌아왔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소설로 유명한데 사실 한 번도 안 읽어봤다.

추리소설을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고, 뭔가 공장처럼? 뽑아내는 그의 많은 책들이 무언가 허점이 하나는 있을 것만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라는 신박한 변명을 해본다.

 

일단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지루할 틈 없이 술술 읽히고 끝에는 미소가 지어지는 소설이다. 잘 쓰인 이야기 같은 느낌이다.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실제 만들어진 영화를 보고는 충격을 받았다.. 는 후문) 때문에 책이 두껍지만 하루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힐링 소설 같은 느낌이다.

 

 

여러 사람들의 사연이 나오고 그 끝에는 모든 것이 이어진다. 사연은 모두 나미야 잡화점으로 보내지고 잡화점의 주인은 그것에 대한 답장을 해주는... 짧게 말하면 이런 이야기다. 여러 사연들이 나오는 만큼 마음에 가는 사연이 있고, 그저 그랬던 사연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생선가게 뮤지션' 편이 제일 좋았다. 아마 이 사연은 싫어하는 사람이 없을 듯하다. 슬펐고 안타까워서 눈물이 고였다.

 

누구나 말 못 할 고민이 있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방황하고, 자신만의 싸움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 그런 나약한 사람 중에 하나이다. 책을 읽으면서 저런 게 무슨 고민인가? 하는 생각을 잠시나마 했을 때, 나는 흠칫 놀랐다. 나는 편견이 없고 관대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런 생각을 하다니 어쩌면 나 또한 나 자신에게만 관대했던 건 걸까..

이 책이 오랜 시간 베스트셀러로 팔리고 있는 것은 어쩌면 시간이 흘러도 우리의 고민은 언제나 진행형이기 때문이겠지. 하나의 고민이 지나가면, 또 하나의 고민이 저 멀리서 뭐하냐고 빨리오라고 아직 끝이 아니라고 손 흔들고 있는 것처럼..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미야 잡화점이 있다면 나는 어떤 고민을 써서 보낼까 모든 게 고민 투성이 같은데.. 하면서 고민을 한참 했던 기억이 난다. 고민을 보내기 위해 고민을 하다니.. 아마 나는 밤을 새워 편지를 적고 고치고 또 적고 고치고.. 며칠을 고민하다가 결국은 부치지 못했을 것 같다..

 

 

- 제2장 한밤중에 하모니카를

내 음악 외길에 쓸모없지는 않았다는 것을 끝까지 믿으면 되는 건가. 그렇다면, 아버지. 나는 발자취를 남긴 거지? 실패한 싸움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뭔가 발자취는 남긴거지?  -149p

 

다독가 라던가 오래전부터 책을 읽어온 사람은 아닙니다..

일 년에 소설 두어 권을 읽는 정도의 평범한 편이었습니다.

이리저리 삶에 치여 살다가 잠시 쉼표가 생겨 책을 많이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기록들을 적어볼까 합니다.

책 읽는 속도도 느리고.. 정리하고 곱씹어 보는데 또 며칠이 걸릴 때도 있지만,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들을 가지는 게 꽤 매력적이어서

다독가는 힘들겠지만 나름의 노력을 다해서 많이 읽어보고 기록해보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독서가 습관이 되는 그날까지. 글쓰기를 잘하는 그날까지.

부족한 내가 하루하루 더 발전하는 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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